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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국北國에서 북국 北國에서 Im Norden 꿈에서 본 것을 이야기하랴? 잔잔히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언덕 위에 어둑한 수목의 숲과 노란 바위와 하얀 별장. 골짜기에는 도시가 하나. 하얀 대리석 교회들이 있는 도시는 나를 향하여 반짝거린다. 그것은 플로렌스라는 곳. 그곳, 좁은 골목에 둘러싸인 오래된 어느 정원에 내가 두고 온 행복이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 -헤르만 헤세 시집 2023. 12. 9.
거부감이 드는데도 거부감이 드는데도 본인의 감정과 내적 지식을 거스르고 오로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행위는 좋지 않아요. 그렇게 살다가는 언젠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 마련입니다. -스위스의 화가·동화책 작가이자 헤르만 헤세의 두 번째 아내 루트 벵거의 어머니인 리자 벵거에게 쓴 편지, 1923년 3월 9일 2023. 12. 8.
어머니의 정원에 어머니의 정원에 Im Garten meiner Mutter steht 어머니의 정원에, 한 그루 흰 자작나무가 서 있다. 잎 사이로 미풍이 소리도 없이 가볍게 지나간다. 어머니는 서럽게 이리저리 오솔길을 거닐며 알 수 없는, 내가 있는 곳을 생각 속에 더듬는다. 굴욕과 곤경 속에서 무언가 채무 같은 것이 나를 몰아친다. 어머니, 참아 주세요. 저를 죽고 없다고 여겨 주세요. -헤르만 헤세 시집 2023. 12. 8.
재회-헤르만 헤세 재회Das Wiedersehen 해는 벌써 자취를 감추고 어슬한 산 너머로 저물어 갔다. 낙옆에 덮힌 길과 또 벤치가 놓여 있는 누런 공원에 불어오는 찬바람. 그때 나는 너를 보고, 너도 나를 보았다. 너는 조용히 검은 말을 타고 와 낙엽을 밟으며 찬바람 속을 조용히 장중히 성으로 돌아갔다. 참으로 서러운 재회였다. 너는 창백하게 서서히 사라지고 나는 높은 울타리에 기대고 있었다. 날은 저물고, 둘은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 시집 2023.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