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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해 일하는 인간들.. ...인간을 위해 일하는 인간들, 각자의 조국을 위해 서로 치고받는 인간들, 문명의 존속을 위해 생명까지 내놓는 인간들에 대해, 바닥을 알 수 없이 지독한 경멸의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다.... ...유일한 실제는 자신의 영혼뿐이고 나머지 외부세계와 타인들은 전부 정신의 소화불량으로 인해 야기된 미학적 쓰레기이며 꿈인 척하고 나타나는 악몽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인간들에 대해 구역질 나는 경멸을 느낀다... 2024. 1. 5.
나는 삶에게 극히 사소한 것만을 간청했다. 나는 삶에게 극히 사소한 것만을 간청했다. 그런데 그 극히 사소한 소망들도 삶은 들어주지 않았다. 한 줄기의 햇살, 전원에서의 한 순간, 아주 약간의 평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빵, 존재의 인식이 나에게 지나치게 짐이 되지 않기를, 타인들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리고 타인들도 나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런데 이 정도의 소망도 충족되지 못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마음이 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의 단추를 풀고 지갑을 꺼내기 귀찮아서 거지에게 적선을 베풀지 않은 것처럼, 삶은 나를 그렇게 대했다.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2023. 12. 30.
햇살을 주는 태양에게 감사하고.. 불안의 서 햇살을 주는 태양에게 감사하고, 아득함을 가르쳐주는 별들에게 감사한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굶주린 자의 음악, 눈먼 자의 노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낯선 방랑자의 기억, 사막을 가는 낙타의 발자국, 그 어떤 짐도 목적지도 없이. -페르난두 페소아 저 2023. 12. 29.
변화 변화 Wende 이제는 나를 위하여 꽃은 피지 않는다. 바람도 새소리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 좁아진 나의 길을 걸어간다. 같이 갈 친구 하나 없다. 나의 청춘의 고향이었던 훈훈한 골짜기를 건너다 보는 것도 나에게는 이제 위험하고 쓰린 괴로움이다. 향수의 격정을 달래 보려고 그곳으로 다시 한번 내려간다면 어디서나 그렇듯이 거기에도 나의 길가에 죽음이 서 있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 시집 2023. 12. 29.